오늘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어쩌다 촛불집회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거기서 아버지께서 애 데리고 유모차 끌고 온 사람은 제정신인 사람이냐고 흥분을 하신다. 촛불집회를 그 옛날 있었던 데모, 시위로밖에 안 보시고 배후 세력 운운하시는데, 글쎄. 난 거기에 동조할 수 없다.
물론, 그런 위험한 곳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안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촛불집회와 시위대에 대해 아버지께서 갖고 계신 생각이나 이미지들에는 그닥 동조할 수 없다. 시대는 흘렀고, 그만큼 시민들도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처음 촛불이 타오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아버지는 알고 계신가? 그걸 보다못해 학부모와 교사들이 동참하고, 거기에 시민들까지 가세한 것이지, 처음부터 배후 어쩌고 하는 집단선동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명박이 대통령이 배후 선동 어쩌고 하면서 진압을 시작하니까 거기에 시민들이 더 열받아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지.
아버지는 계속, 한국사람 근성 어쩌고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선동하는 놈들이 있다, 한국사람들은 그런 선동에 약하다, 그래서 시위하고 데모하고 그러는데, 그런 사람들이 주로 저소득층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런 선동에 넘어가는 이유는 빈부차에 따른 상대적 열등감이다 등등등 그렇게만 얘기하시고, 아예 나중에는 [반 훈계조로] 아버지는 옛날부터 유신 정권이니 5공 등등을 거치면서 그런 거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한국의 시위가 어떤지 잘 안다, 데모해서 경찰과 맞부닥치면 폭력시위로 바뀌어서 경찰들 막 멱살잡고 두들겨 패고 그런다는 식으로 얘기하셨다. 물론, 나도 한국의 시위대 모습은 한국에 있을 때 뉴스에서 본게 전부여도 데모하고 시위하고 그런 모습들은 잘 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들이 각목을 들었는가? 쇠파이프를 들었는가? 촛불과 종이컵밖에 없다. 시위 진압하는 경찰들 멱살 잡았다는 얘기도 없었고, 전경 때렸다는 얘기도 별로 없었다. 폭력시위 선동가들은 사복경찰들을 풀어 놓아 그렇게 만들려고 그런단 얘기를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아놔... 답답해.........] 무조건 시위대는 폭력적이고 선동에 잘 휩쓸리고, 경찰의 진압[그것도 폭력. 아마도.]은 정당하다는 식으로만 얘기하신다. 그럼, 아버지. 경찰 때렸다는 시위대는 있습니까? 그런 기사 없었던 것 같은데요. 있었어도 좆중동이나 그랬겠지요. 한겨레에도 같이 실렸던 여의도 1인 촛불시위건도 그렇게 앞뒤 문맥 자르고 증거사진도 넘쳐나던데요. 모든 기사 안 믿는다고 하시지만, 글쎄요, 전 아버지의 그 말씀에 동의할 수 없어요. 하시는 말씀 들어보면 꼭 좆중동투여서 저한테는 반감만 가득하네요.
중간에, 명박이 대통령이 청와대 앞에 컨테이너 세워놓은 것도 잠깐 얘기를 했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안 해 놓으면 넘어오게 된다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신다. 그럼 보자.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이 시위대 앞에 나가서 돌이라도 맞았나? 그런 기사가 있었나? 없었다. 시위대는 그에게 차가웠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위대는 청와대를 넘어갔나?
아무래도 신문만 보시고 다른 것들은 안 보셔서 그러시는 모양인데, 동생은 그게 어떤 신문이냐에 따라 기사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고, 기사만 보지 마시고 그 밑에 달리는 덧글들 같은 것도 같이 보시라고 했지만, 글쎄. 얼마나 보실지 의문이다. 그리고 신문 밖의 다른 웹사이트 등등등도 주욱 돌아보시는 게 좋겠지만, 블로그니 뭐니 하는 것을 모르시니 아마도 이런 곳은 오시지 않을 지도.[흠... 뭐, 그렇다고 동생이 촛불시위를 지지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난, 아버지 생각에는 동조할 수 없다. 분명히 이 촛불시위는 정부의 잘못으로 일어난 거고, 당시 학생들은 누구의 선동도 없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거세어져 지금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거고, 그걸 수습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들을 버린 것은 정부 쪽이다. 그러고도 배후니 선동이니 하면서 촛불집회를 저급하게 만들어 과거 정권들이 진압했던 식으로 했던 것 역시 정부다.[분명히, 명박이 대통령이 '배후가 누군지 빨리 알아와!'라고 했다는 기사 있었다.] 그러한 정부의 태도에 시민들은 더욱 화가 났던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 말대로 진짜 배후와 흑막은 정부다.
플스1)전에 어디서, 타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 등의 연령이 자기가 그 나라를 떠나올 때의 나이에 머무른다고 하는데, 아버지께선 촛불집회가 일어나기 전에 미국에 오셔서 2000년 이전의 시위 이미지만 남아 그렇게 인식하시는 것일까?
플스2)밸리 테마에 '사회'나 '시사'란이 없어서 '뉴스'로.